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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법은 인간의 생명을 빼앗거나 신체를 훼손해서는 안되는가? 일상생활

옛날 동양의 법중에 당률소의(唐律疏議)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당률소의란 현대식으로 보면 형법서의 일종이죠. 재판에서 죄를 판별하고 죄인에게 형벌을 가하는 방법인데 읽어보면 그 세세함과 폭넓음에 놀라게 됩니다.

이 당률소의와 현대의 법과의 확연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교형(敎刑)'이라고 하는 형벌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회초리로 때리거나 심한 경우 곤장을 때리는 형벌로써 아버지가 자식을 때려서 가르치듯이 어버이 격인 관(官)이 백성인 민(民)을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교형의 경우는 공사대부같은 귀족이나 사대부들은 어지간하면 당하지 않고(망신을 줄 목적으로 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유형을 당하거나 파직을 당하는 식의 형벌만 받았죠.

여기서 볼 수 있는것은 과거 동양사회에서 인권이란 사람의 신분마다 차등이 있고 일반 백성은 아무리 많이 배우고 훌륭한 인품을 가지고 있어도 죄를 지으면 애들처럼 매를 맞아서 '교훈'을 받아야하는 입장이었던 것이죠.

이런 법률은 신분제가 폐지되고 사회계약설에 입각한 근대 시민사회가 형성되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해체되어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매를 때리거나 손발을 자르고 코를 베거나 하는 식의 형벌은 근대적인 시민권의 향상과 인권의 향상과 궤를 같이하며 점점 사라지나 오직 하나 남아있는게 사형제였습니다.

이 사형제도 2차대전 이후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점점 폐기되는 모습을 보이죠.

이것은 2차대전의 교훈때문입니다. 당시 가장 선진적인 법체계를 가진 나라이던 독일은 합법적인 과정으로 선출된 정권이 합법적인 의회의 의결로 국민들 중 일부 계층이나 인종을 선택적으로 죽여서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제거했습니다.

따로 말씀드릴 필요도 없이 그 정권은 나찌당 정권이고 영구적으로 제거했던 사건은 유태인 학살이죠. 이것이 불법적인 과정이 아닌 당시 독일의 법제상 아주 합법적인 과정으로 발생했던 문제였기 때문에 전후에 전 세계 지식인들에게 준 충격은 매우 컸습니다.

꼭 독일뿐만 아니라 영국의 동성애자에 대한 처분(앨런 튜링이란 유명한 컴퓨터의 선구자도 이 처분때문에 사망했습니다. 동성애자는 당시 영국법으로 범죄였고 체포된 그에게 여성 호르몬을 주사해서 여성화 시키려고 했죠.)도 합법적으로 동성애자들을 '비정상적 인간'으로 몰아서 강제로 여성 호르몬을 주사시키거나 격리시키는 행위를 했다는 점입니다.

2차대전을 정점으로 전체주의와 아울러 발달한 법이 일으킨 폐해는 과연 '인간에 대해 어디까지 법을 적용해야 올바른 것인가?'라는 회의를 낳게 합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결국 인간의 목숨은 법이 좌우할 수 없다. 인간의 신체는 법이 훼손할 수 없다. 라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이죠.

장황하게 서두를 썼습니다만 이번 나영이 사건을 저도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인간적으로 분노를 느끼고 싶습니다. 기회만 준다면 손수 보복을 해주고 싶을 정도죠.

그러나 같이 나오는 분노의 목소리중 '죽여라'나 '거세를 시키자'같은 주장은 법적으로 해서는 안되는것 같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없어지기 시작한 사형제나 신체 훼손법은 다시 부활하게 되면 얼마든지 악용이 가능합니다.

바로 지금이 아니라도 가까운 미래에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반대세력이나 소수세력을 희생양 삼아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외국인 중 동남아인과 결혼해서 생긴 혼혈아들은 사회의 기생세력이므로 모두 없에야 한다든가 화교들은 사회악이므로 모두 수용소로 집어넣고 재산은 국고로 환수해야한다라는 식의 주장이 법제화되서 국회 통과를 한다면 얼마나 웃기겠습니까? 근데 이런 일이 이미 2차대전때 일어났었거든요. 이것은 미래에 어떤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하지말자가 아니라 이미 겪었던 일을 다시 반복하지 말자는 반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은 이런 어떻게 보면 철학적이고 고귀한 이상때문에 나영이 사건의 가해자 같은 인간개말종똥같은 작자들의 인권까지 보호되는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죠.

제가 생각하기엔 이런건 우리나라의 형법을 무지무지하게 강력하게 바꿔서 죄를 지으면 죽이거나 자르지 않는대신 엄청난 댓가를 치르게 해줘야한다고 봅니다. 확실히 12년형은 너무 약하다못해 지은 죄의 천분의 일도 못갚는거죠.

남의 인생을 망칠수 있는 강간이나 강도, 음주운전같은 사회악적 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근본적으로 법제를 바꿔서 재산을 통째로 환수해버린다든가 섬에 있는 특별수용소를 만들어서 평생 노동으로 보상하게 하는식, 혹은 강간범들은 전자팔찌가 아니라 아예 다 눈에 띄도록 전자머리띠를 하나씩 달아줘서 평생 감시받고 살게 하든지 하는건 어떨까 싶군요.

주절주절 길게도 쓴거 같군요.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서 터지는 저런 파렴치하다 못해서 금수만도 못한 인간의 판결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는 결국 우리나라 형법이 남의 신체를 훼손하거나 인생을 망가뜨리는 범죄에 대해서 너무 관대하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저는 사형제나 신체훼손법은 반대하나 타인의 인생을 망치는 행위에 대한 형법강화는 절대 찬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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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JOSH 2009/09/30 11:04 # 답글

    > 저는 사형제나 신체훼손법은 반대하나 타인의 인생을 망치는 행위에 대한 형법강화는 절대 찬성하겠습니다.

    .... 우리애가 이렇게 컸어요.... 흑흑 뿌듯....
    예전에는 슬라이스 치고 해부하겠다고 나섰을 텐데....

    (너도_늙었구나.txt)
  • 솔로부대장 2009/09/30 11:29 # 답글

    형은 공부를 뻘로해서 그래. 나는 공부를 제대로 했거든. 으슥으슥. 메롱.
  • NHK에 2009/09/30 14:46 # 답글

    제 생각도 본문과 거의 일치합니다. 반대자들은 인종청소를 위한 억지논리와 "당연히 죽어 마땅한 놈"을 죽여야한다는 인간 보편적 정서룰 동일시해선 안된다 하겠지만요.
  • 솔로부대장 2009/09/30 18:17 #

    네. 탈근대가 정말 힘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주의에서 온 이런 악행들은 사람들이 정의라고 착각하기 쉽죠. 사실 생각하고 사는게 귀찮을때가 많습니다. 편하게 나쁜놈은 죽이고 좋은놈은 상주면 되는데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게 나눌수 없을만큼 복잡해졌죠. 힘있는 자들이 좋은놈 나쁜놈을 나누어서 나쁘다고 찍힌자들을 마음껏 사회에서 배재해버릴 수 있는 법적 근거라는건 제발 저 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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